임현택 신임 대한의사협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후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 당선자는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관 파면 등을 ‘대화의 조건’으로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26일 의협은 제42대 회장으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됐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의 임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3년이다.
임 당선인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이어진 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65.43%)를 획득, 당선이 결정됐다.
함께 결선 투표에 후보로 오른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1만1438표(34.57%)를 얻어 낙선했다.
그는 지난 2021년 제41대 회장 선거에서도 결선에 올랐으나 총투표수의 47.46%를 획득해 이필수 전 회장에게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번 재도전에서는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 전 회장의 뒤를 잇는다.
임현택 후보의 당선으로 현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대정부 투쟁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다.
임 당선인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해서는 ‘강경파’로 분류되는데 “오히려 저출생으로 인해 정원을 500명∼1000명 줄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일에는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1일에는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를 찾았다가 자리를 옮기라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의 요구에 불응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임 당선인은 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들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예고했다.
의대 정원을 오히려 축소해야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도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정부와의 협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전공의 대표·의대 교수들을 충분히 포함해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대화 조건으로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라며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이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 대응을 선언한 만큼 임 당선인은 5월 임기가 시작되기 전 현 비상대책위원회와 논의해 업무에 나설 것 전망이다.
임 당선인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4번째 연속으로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을 맡았다. 회장직을 수행하며 지난해에는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들을 대표해 ‘수입 감소에 따른 폐과 선언’ 등을 이끌었다.
그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법률 자문을 지원하고 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한 의사단체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의사면허 취소법·수술실 CCTV 설치법 등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 위반, 형법에 따른 업무방해, 교사 및 방조 등 혐의로 임 당선인을 경찰에 고발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의대별 배정안을 발표한 이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현관에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포스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상섭 기자
▲임현택 회장은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경호처 직원들에게 '입틀막(입을 틀어막힘)' 당한 채 끌려 나갔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