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이철규 전 사무총장 후임에 이만희 의원을 임명했다. 내년 총선 공천과 선거 실무를 지휘할 이 사무총장은 경북(영천·청도) 출신이다. 김 대표(울산 남구을)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에 이어 당의 3대 요직을 모두 다시 영남 출신이 맡은 것이다.
국민의힘 선거 참패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실망한 수도권 2030과 중도층이 대거 이탈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도 “변화와 혁신으로 당 체질을 개선하고 수도권과 충청권 중심으로 전진 배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인선은 거꾸로였다. 이만희 총장은 전임 이철규 전 총장과 같은 경찰 출신이다. 윤 원내대표의 경찰대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수행단장을 지냈다. 영남에 편중된 편협한 정당이 선거 참패 뒤에도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인선 직전엔 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사무총장으로 기용될 것이란 얘기가 의원들 사이에 돌았다. 상식 밖이지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고 한다.
새 여의도연구원장도 수해 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람이다. 4년 전 총선 참패로 수도권에 사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인사를 납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3대 혁신 방안과 6대 실천 과제를 언급했다. /뉴스1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에서 은퇴할 각오로 책임지고 뛰겠다”고 했다. 김 대표가 정계 은퇴를 하든 하지 않든 관심을 가질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이토록 모르니 선거 패배 후 중요한 첫 인사를 이렇게 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선거에 지고도 5일 동안 쇄신안 하나 내지 못한 채 집안싸움만 했다. 일부에서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자 친윤 진영에선 “내부 총질 하지 말라”고 했다.
“강서구니까 졌지 송파구였으면 이겼다” “저자세로 가면 안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기울어가는 정당에서 보이는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이미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저 수준으로 가고 있다.
선거 승패는 언제나 바뀌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을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으로 받아들여 국민 뜻에 부응하는 일이다.
이렇게 응답하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민심을 얻고 안 하는 정당은 몰락한다.
국민의힘은 여당이기 때문에 총선에서 또다시 기본적 의석을 얻지 못하면 윤 정부의 연금·노동·교육·규제·재정·산업구조 개혁 등 국가 중대 정책은 좌초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윤 대통령은 “국민 소통, 당정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몸을 낮추고 포용하고 좋은 인재를 두루 쓰라”고 고언하고 있다.
지난 선거 패배는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기에 좋은 약이자 기회였다. 그런데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을 보니 이들은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을 먹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