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파워란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민주주의 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이 제시한 개념으로,권위주의 정권이 다른 나라의 내정이나 국제기구의 운용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외교 전략이다. 소프트파워가 상대를 설득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것인 반면 샤프파워는 막대한 음성자금이나 경제적 영향력,유인,매수,강압 등 탈법적 수법까지 동원해 상대로 하여금 강제로 따르도록 하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및 해외 여론에 샤프파워를 행사하기 위해 댓글 부대를 운영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망명 시 위조 한국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스파이 왕리창은 대만 선거에서 친중국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수십만 개의 가짜 계정으로 댓글을 다는 여론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폭로했다.
2017년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도 보고서를 통해 약 1100만 명 규모로 추정되는 중국의 댓글 부대가 SNS에 올리는 댓글 수만 매년 5억 건에 달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중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해외 대학에 설치한 교육기관인 공자학원이 일각에선 스파이 활동을 벌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 당시 국내 중국 유학생 등은 탈북자 및 티베트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국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공격했다. 사진=조선DB
지난 6월 8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는 방송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미국 승리에 베팅하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한중(韓中) 수교 이래 중국이 갖가지 방식으로 영향력 행사를 시도해왔지만 중국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노골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중국은 한국에서 무엇을 노려온 것이며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 우리는 중국에 대해 경제적 이익만 생각했을 뿐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의도와 전략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소홀히 해왔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
중국의 핵심 대외(對外) 전략은 미국과의 패권(覇權) 경쟁에 대응하는 것이며, 따라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정책도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주된 관심사일 것이 틀림없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은 물론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등과 연대(連帶)를 강화해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특히 한미일(韓美日) 안보협력을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면서 한국을 한미일 협력에서 분리시키려 노력해왔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한국을 위성국(衛星國)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사실상 그들의 영향권에 있는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2018년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習近平)은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미국에, 한국에서 손을 떼라는 발언인 것이다. 사드 갈등 당시 경험했듯이 중국은 그동안 한국에 대해 고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한국은 중국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한국이 중국 영향권에 머물러 있었고 또한 문화적 동질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나 거부반응이 희박했다.
구한말(舊韓末)에 경험했듯이 대외 정책을 둘러싸고 국론(國論)이 분열되면 외세(外勢)는 개입을 노리게 된다. 중국은 한국의 외교 정책이 정권에 따라 크게 바뀐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따라서 중국은 한국의 주요 선거를 앞두고 갖가지 방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주려 할 것이 틀림없다. 친중적(親中的)인 정당과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중국에 적대적인 정당을 견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중국의 대외 정치공작인 샤프파워(sharp power) 전략이 주요국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그 전략이 한국에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현시점에서 어떤 점들을 주목해야 할 것인가를 다루고자 한다.
은밀, 강압, 매수
샤프파워란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 지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나라에 은밀하게 침투하여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동시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활동을 말한다.
중국은 공산당 정권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샤프파워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통일전선공작이다.
중국은 샤프파워 전략을 통해 자국(自國)의 노선에 반대하는 사람이나 단체들을 대상으로 압박이나 위협을 가하며, 현지 중국 동포와 유학생 등을 감시 통제하여 친중 여론 조성에 앞장서게 하며, 또한 대상 국가의 정치인, 학자, 언론인, 관료 등 중국을 대변해줄 현지 여론 선도층을 포섭하는 활동을 벌이고, 나아가 댓글부대를 동원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등 여론조작 활동도 벌인다. 그래서 샤프파워 전략의 특징은 은밀함(covert), 강압적(coercive), 매수(corrupt) 등 3C로 알려지고 있다.
샤프파워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와 대조되는 개념이다(표 참조). 소프트파워는 공공외교에 동원되는 것으로 문화를 매개로 공감과 설득을 유도하는 등, 국가의 매력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반면 샤프파워는 직간접적 압력, 뇌물, 보상 등을 통한 포섭, 여론조작 등을 통해 상대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시 말하면, 샤프파워는 상대국에 대해 정보를 왜곡하고 조작함으로써 혼란과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목적을 달성하며, 나아가 상대국의 정치체제, 사회제도, 가치 등의 신뢰를 저하시킨다. 마오쩌둥은 ‘정치는 피를 흘리지 않는 전쟁이고, 전쟁은 피를 흘리는 정치’라고 했다.
샤프파워 전략은 중국공산당의 정치전(political warfare)이며 이념전쟁이다.
1990년대 초 소련 공산주의가 붕괴되면서 중국 공산주의도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중국에 팽배했다. 그래서 중국공산당 정권은 국가안보의 범위를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 약화되는 것까지 확대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이 시장경제를 확대하면서 민주적 사조(思潮)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 통치 방식이 민주적 방식보다 못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협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국공산당은 공산당 통치 방식이 민주적 방식보다 우월하다는 확신을 주지 않는 한 국내외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2007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중국 소프트파워의 취약점을 인식하고 중국 문화로 소프트파워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뒤를 이은 시진핑 주석은 이와 달리 보다 적극적인 전략으로 전환했다. 2014년 9월, 시진핑 주석은 통일전선공작을 통해 정치사상전을 전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은 통일전선공작부를 획기적으로 확대 개편하여 해외 영향력 확대에 적극 나섰다.
“공자학원은 중국의 중요한 해외선전기구”
국내 공자학원 교재. 6·25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중국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샤프파워 전략의 목표는 무엇인가?시진핑 주석은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대회 연설에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을 세계 최대 강대국으로 올려놓겠다는 중국몽을 선언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하면, 샤프파워 전략의 최종 목표는 미국이며,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약화 또는 파탄시키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샤프파워 전략의 주요 대상국이 되었다.
중국공산당은 샤프파워 전략을 조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통일전선공작을 위한 조직과 인원, 그리고 기능과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조직적 차원에서 보면, 중국공산당과 국무원 산하 수많은 조직이 통일전선공작과 연계되어 있다. 해외에서 통일전선공작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 조직은 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인민해방군 산하 중국국제우호연락회, 외교부와 대사관 및 영사관, 그리고 대사관에 연계된 해외 중국학생학자연합회 등이다.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공작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공자학원도 포함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 541개소의 공자학원을 두고 있다. 중국공산당 간부 스스로 “중국의 중요한 해외선전기구”라고 인정했을 정도로 샤프파워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DNI, 中의 美 대선 개입 확인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은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은 주요국을 상대로 ▲특정 정당 및 후보에 은밀한 자금 지원과 반대 정당 및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등 선거 개입 ▲댓글부대와 인플루언서를 동원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여론조작 ▲사이버 공격을 통한 국가기밀 및 기업 정보 탈취 ▲중국공산당 정권을 비판하는 해외 거주 중국인 납치를 위한 비밀경찰서 운영 ▲공자학원을 통한 중국공산당 이념 전파 등을 해왔다.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는 물론 모든 주요 선거에서 가짜 뉴스를 전파하고 친중 후보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였으며, 또한 미국 사회에 친중국 논조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왔다. 2021년 1월 18일,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大選)에 개입했다는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공식 확인이 있었다. 2022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두고도 중국의 페이스북 등을 통한 선거 여론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그해 9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다.
대학을 대상으로는 공자학원 중심의 침투 활동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중관계가 갈등관계로 변하면서 미국에서 공자학원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2017년 4월 전미(全美)학자연합(NAS)은 “공자학원은 미국의 대학에 침투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도구”라고 비난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20년 9월 “공자학원은 중국공산당의 통제와 자금 지원을 받아 간첩 활동을 하고 있다”며 모두 퇴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자학원은 한때 110곳에 달했으나 공자학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현재 30곳 이하로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에 대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은 미일동맹 약화가 주된 목적이었으나 일본의 중국과의 경쟁의식, 중국의 위협에 대한 경계심리, 그리고 확고한 미일동맹 때문에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인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2019년 미국의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34개국 중 중국에 대한 일본인의 부정적 인식이 85%로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미군기지가 집결해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오키나와의 독립을 부추기고 동시에 미군철수운동을 지원하는 등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은 여전히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어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이 두드러진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타이완, 캐나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뉴질랜드: 전 중국군 정보장교가 의원 당선
뉴질랜드는 중국 샤프파워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중국의 WTO 가입, 중국과의 자유 무역협정 체결,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 참여 등, 중국의 주요 대외 정책에 대해 서방국가 중에서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찬성했다. 또한 뉴질랜드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군사기지 건설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았다.
중국은 뉴질랜드를 샤프파워 전략의 주요 목표로 삼고 조직적으로
침투했다. 그 이유로서 ① 뉴질랜드는 남태평양의 전략적 요충(要
중국군 정보장교 출신 뉴질랜드 정치인 양젠. 사진=퍼블릭 도메인
衝)이고 ②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또한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5개국 정보동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회원국이며 ③ 뉴질랜드가 쿡 아일랜드 등 인접한 남태평양 3개 도서 국가의 외교·안보를 관장하고 있어 중국의 남태평양 지역의 군사기지 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뉴질랜드를 대상으로 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의 목표는 뉴질랜드 내 중국 동포 사회와 중국 유학생을 관리하고 활용하여 친중국 여론을 조성, 또한 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매수나 회유 또는 협박을 통해 뉴질랜드의 정치계, 언론계, 학계, 경제계에 침투하여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종식시키고 중국 주도의 전략적·경제적 블록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교두보 확보를 위한 선거 개입이다. 뉴질랜드의 인구는 450만 명 정도이고 중국계 인구는 20만 명 정도이지만, 수도 오클랜드의 중국계 인구는 10%나 된다. 중국은 통일전선공작을 통해 선거에 출마한 중국계 후보 또는 친중국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또한 중국계 주민들에게 몰표(block voting)를 던지도록 유도하였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3명의 중국계 후보가 의원으로 당선됐으며, 특히 국민당(the National Party)의 양젠(Yang Jian·楊建) 의원은 과거 중국군 정보장교로 15년간 근무한 사람으로, 정치인이 된 후 친중 정책노선 구축에 매진했다.
호주: 중국 샤프파워 전략의 핵심 목표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 최대 자원부국이며 남태평양에 위치해 있어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나라이다. 세계 5대 자원이라 일컫는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석탄, 구리에 있어 세계 톱3 공급국이며, 특히 세계 최대의 석탄 및 철광석 수출국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전략 환경은 한국과 비슷하다. 안보에서는 미국과 동맹관계이고, 특히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수출의 3분의 1 정도가 중국으로 나갈 정도로 중국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또한 지리적으로 보더라도 남중국해와 가깝기 때문에 중국은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서라도 오스트레일리아의 지지 확보가 절실했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력을 앞세운 샤프파워 전략으로 오스트레일리아를 친중 국가로 만들려 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를 상대로 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은 어느 나라보다 조직적이며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중국공산당 예하의 통일전선부와 인민해방군 정치공작부 요원들이 오스트레일리아 현지 중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이용해 현지 중국 동포 사회, 중국 유학생 및 중국 학자, 그리고 호주의 언론,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에 침투하여 중국의 국익을 추구하고자 노력해왔다.
2000년대부터 중국 자금의 현지 중국인 언론매체 인수 또는 신설 등을 통해 정보와 여론을 장악하고,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방식으로 매수하고자 노력해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보국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중국어 언론매체의 95% 이상이 중국의 통일전선공작에 의해 장악되었으며, 또한 최소 10명 이상의 정치인이 중국에 매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로비를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정치인들이 중국의 기업과 공산당이 진입하기 용이하도록 친중 정책을 입안하고, 그렇게 들어온 중국 기업들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토지와 기업을 사들였다. 이런 상황을 비판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언론에 대해서는 중국계 기업들이 광고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중국공산당의 입맛에 맞는 정보, 역사, 문화를 가르쳤다. 중국공산당의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이 확산된 것이다.
“中, 조직적으로 호주 정계 침투”
2017년12월 노동당 중진 샘 데스티에리(Sam Dastyari)상원의원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등 친중국 행보를 해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노동당 주요 직책에서 물러났다.그는 정치자금 수수 등 중국계 사업가들과 유착(癒着)관계가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2013~2015년 기간 중 오스트레일리아 주요 정당이 중국 관련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이2300만 오스트레일리아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0~2016년 기간 중 해외에서 유입된 정치자금의80%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 정치 후원금 문제가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샘 데스티에리 전 호주 상원의원.사진=AP/뉴시스
2017년 12월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는 “해외 강대국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역사상 유례없는 정교한 시도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보다 6개월 전 오스트레일리아방송공사는 “중국이 국익을 추구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정치계에 침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찰스스터트(Charles Sturt)대학의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 교수는 자신의 저서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져서 오스트레일리아의 주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면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이에 맞서 권리와 자유를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중국의 조공국(朝貢國)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은 “그동안 중국공산당이 전략적 계획에 따라 오스트레일리아에 체계적으로 침투하는 노력을 차근차근 실행해왔다”며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이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침투와 전복 방법을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고 했다.
타이완, ‘反침투법’ 제정
중국은 외형적으로는 타이완(臺灣)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 통일을 표방하고 있으나 홍콩의 경우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흡수통일을 노리고 있다.
타이완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은 선전선동, 가짜 뉴스 살포, 경제적 압박, 정치적 압박, 비밀공작에 의한 혼란 조성 등 다양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타이완인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다. 중국에 대한 비판여론은 잠재우고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에 대한 지지여론을 확산시키는 동시에 타이완의 민주체제와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고, 정당과 시민단체 간에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타이완은 2020년 총통 선거를 앞두고 중국의 공작으로부터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반(反)침투법’을 제정하여 적극 대응했다. 2020년 타이완 총통 선거 당시 중국은 차이잉원(蔡英文)과 민진당이 타이완을 일본에 팔아넘기려 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지만 역풍(逆風)이 불어 차이잉원의 재선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중국과 거래하는 타이완 기업들에 친중적 입장을 공식화하고 친중적인 정당과 후보를 지원해달라고 압력을 행사해왔다. 나아가 중국은 타이완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킴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자 했다.
비밀경찰서, 캐나다 총선 개입 주도한 듯
중국은 미국 공략의 교두보로 삼고자 캐나다에 대한 샤프파워 전략을 벌여왔다.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에는 국가 정체성(正體性)이 불분명한 국민이 적지 않다. 2021년 기준 캐나다의 중국계 이민자는 170여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7%에 달하며, 특히 그들은 도시에 밀집되어 살고 있고 정치자금 지원, 소셜미디어 선전 활동, 중국계 후보에 대한 몰표로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대 도시인 토론토는 인구의 10%가 중국계이며, 밴쿠버의 경우도 비슷하다. 중국 정부의 풍부한 자금 지원, 중국계 기업의 영향력, 그리고 중국계 언론 등으로 인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래서 선거 개입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마이클 청 캐나다 연방하원의원. 사진=마이클 청 페이스북
캐나다 언론들은 자국 정보기관인 보안정보국(CSIS)의 비밀문서를 입수해 중국 정부가 자국에 유화적인 자유당의 집권 연장을 위해 유학생과 교민 등을 대거 동원해 2019년과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 최소 11명의 자유당 후보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에 있는 중국계 교민 사회와 협회 등을 활용해 불법적으로 자유당 후보들에게 현금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이 밴쿠버와 토론토에서 유학생들을 동원해 야당인 보수당 후보들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리도록 했다고도 밝혔다. 캐나다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10만여 명이나 있다.
중국의 캐나다 총선 개입은 비밀경찰서가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당은 야당인 보수당보다 중국에 타협적인 정책을 주장해왔다.
중국이 캐나다 의원을 상대로 한 ‘인질 공작’이 표면화되면서 양국이 서로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캐나다 언론들이 CSIS 비밀문서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해온 보수당 소속 마이클 청 연방 하원의원을 압박하려고 홍콩에 거주하는 그의 친인척을 사찰해왔다는 것이다. 홍콩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청 의원은 2021년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을 ‘인종 학살’로 규정하는 캐나다 의회의 결의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중국 정부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포함된 바 있다.
이처럼 캐나다와 중국의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점점 더 파괴적인 글로벌 파워(increasingly disruptive global power)’로 규정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小國이 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느냐”
한중수교 이후 한국은 중국에 대해 기대가 컸다. 그러나 한중관계는 경제와 사회, 문화 부문에서는 교류와 협력이 획기적으로 확대됐지만 정치 및 외교, 안보 부문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라 했지만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적절한 개념으로 보기 어렵다.
중국은 6·25전쟁 당시 우리의 적국(敵國)이었고 지금도 북한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후 한미 양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이 사드 배치 허용을 선언한 지 1시간도 안 돼 중국 외교부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항의했다. 다음 달에는 베이징(北京) 당국이 연이어 27건이나 성명을 발표했고 중국 매체들도 한국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250건 넘게 보도했다.
또한 한국 경제의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를 약점으로 삼아 중국은 1년 반 동안 경제적 보복과 정치·외교적 압박을 가했으며, 대대적인 한국제품 불매운동도 벌였다.
2017년 1월 서울에 온 천하이(陳海)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의 발언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국내 5대 그룹 회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느냐” “너희가 계속 사드 배치를 고집하면 단교 수준의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과민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을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로 보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여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 내 사드 찬반 여론을 겨냥하여 한국 여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심화시키고자 함이다. 사드 찬성은 친미로, 사드 반대는 친중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고 한중관계를 강화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압박을 해제할 목적으로 2017년 11월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의 주장에 가까운 합의를 했다.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망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체제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을 뿐 아니라 배치된 사드의 작전을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이 안보주권은 물론 한미동맹 문제를 중국에 양보한 것으로 한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언론 등 엘리트층 매수
2015년 KBS가 방영한 다큐멘터리 〈슈퍼차이나〉는 중국공산당의 리더십을 찬양했다.
그동안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중시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이라는 행보를 보였지만, 이는 전략부재(戰略不在)를 의미한다.
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분명했다.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중국의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을 가장 중요한 공략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우호적 인식을 가지고 있고, 또한 한국 여론이 친미-친중으로 양분돼 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에 별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초기 고도성장기인 1990년 이후 약 25년간 한중 간 경제관계는 상호보완적이었고 미중관계도 원만했으며,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경계의식 또한 희박해 중국은 한국에 대해 전방위(全方位) 침투 및 영향력 확대를 도모할 수 있었다.
그동안 한국에 대해 중국의 샤프파워 전략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돼왔는지 한번 살펴보자.
첫째, 엘리트층 매수를 통한 영향력 확대다. 그들은 정당 및 정치인, 언론인, 학자,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자금 제공, 매수공작 등 은밀한 활동을 해왔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궁극적 목적은 친중 정권이 장기 집권하게 만듦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중국 영향권에 묶어두는 것이다. 언론매체를 통한 중국식 사회주의 장점 홍보와 중국의 정책 지지 여론 조성, 나아가 한국 언론매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영향력 확산을 노렸다고 본다.
특히 2014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訪韓) 후 한국 언론에 친중 바람이 불었다. “미국은 지는 해, 중국은 떠오르는 해이자 미래”라는 느낌을 주는 특집 프로그램이 제작, 방영됐다.
KBS는 2015년 신년특집으로 〈슈퍼차이나〉라는 대형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 SBS도 비슷한 시기에 〈중국 부(富)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일간지들의 논조도 비슷했다.
여론조작 통한 보수 정권 약화 시도
둘째,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투자와 협력사업을 통한 지역사회 내 친중 거점 구축이다. 강원도에 건설하려 했던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의한 중국복합문화타운 건설 시도는 중국공산당의 노골적인 침탈 시도다.
중국인들은 제주도는 물론 전국 주요 관광지와 주요 도시에 차이나타운 같은 거점을 구축해왔다. 또한 기술 침투에 의한 감시, 해킹, 사회통제 등을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셋째, 공자학원을 통한 공산이념 확산이다. 공자학원은 2004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설립됐고 지금은 모두 23개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다. 중국은 대학 내 공자학원을 세울 때 약 10억원을 지원하고 매년 1억~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대학생 중국 탐방단, 장학금 제공, 중·고교 교직원 중국 연수도 지원하는 등 매수 활동도 자행한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문화뿐만 아니라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지침에 따라 공산당 체제와 이념 또한 선전하고 있다.
넷째, 여론조작을 통해 보수 정권의 약화와 반일·반미 여론의 확대는 물론 친중 여론도 조성한다. 7만 명에 육박하는 중국 유학생은 물론 100만 명에 가까운 조선족과 중국인들은 중국공산당의 조직적인 통제하에 여론조작에 앞장설 수 있는 자원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이 방침을 정한 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하면 국내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 앞장서고 국내에 체류 중인 조선족과 중국인들이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에서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를 범람시키는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운동에 중국계가 대대적으로 활동했던 정황이 있으며, 현재 야당 중심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放流) 반대운동과 어민 집단 선동은 물론 각종 반정부 시위에도 조선족 단체 등 중국인들이 간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섯째, 투자이민의 장려다. 중국은 모든 면에서 인해전술(人海戰術)을 동원한다. 한국 내 중국인이 많아지면 한국은 중국화 될지도 모른다. 중국이 티베트와 신장위구르를 장악하게 된 것은 대대적인 한족(漢族) 이동을 통해서다.
反中 정당에 대한 가짜 뉴스 살포 가능성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제도를 국유화하자 국내 체류하던 재한중국학생학자연합회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반일집회를 열었다. 사진=조선DB
마지막으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한 선거 개입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친중 교두보 확보가 목표지만 한국에는 이미 막강한 친중 세력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지원하여 계속 집권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라고 본다.
지난 5월 23일 ‘뉴데일리’ 보도에 의하면, 2022년 한국 대통령 선거 당시 한국 내 중국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에 선거 한 번만 더 이기면 한국은 우리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당과 ○○○ 후보를 찍게 하자”고 독려했다고 한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중국이 4000만 명의 댓글부대를 동원했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과 관련하여 중국은 친중 세력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친미·반중 세력을 견제하려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친중적인 정당 및 후보들에게 은밀하게 정치자금을 후원하고 지지 여론 조성 활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반중적인 정당 및 후보들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 등을 통해 패배하도록 할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로 중국은 우리 선거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선거 결과를 뒤집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총선 앞두고 친중 세력 적극 지원 가능성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북한과 동맹관계임에도 한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무감각했다. 체제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도 별로 없었다.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체제파괴공작을 펴고 있음에도 우리가 사실상 무방비라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벌이는 모든 활동은 중국공산당의 해외통일전선공작 기조하에 이뤄진다. 중국공산당이 모든 것을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전략적 포석을 깔고 접근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는 이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더구나 선거는 국민의 주권 행사이며, 이에 외세가 개입하는 것은 주권 침해다. 특히 선거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보안태세 유지는 대한민국의 주권 수호는 물론 생존과 번영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