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13]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자신의 성(性)을 판다. 매춘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부도덕한 행위이자 고도의 사회적 행위이지요. 교환의 가치를 아는 인류만이 매춘을 할 수 있다고 믿어 온 배경입니다. 하지만 매춘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물질적 재화를 대가로 몸을 파는 동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이렇게 나쁜 짓을...
이 귀여운 녀석은 아델리펭귄입니다. 이 녀석들의 대부분은 일부일처제로 살아갑니다. 남극에서 새끼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수컷의 도움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암컷들은 영악함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물질적 이득을 대가로 파트너가 아닌 수컷과 관계를 맺어서입니다. 동물 세계의 매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현장을 급습해 봤습니다. 암컷 한 마리가 외로운 수컷 둥지를 어슬렁거립니다. 이 수컷들은 짝짓기에 실패한 ‘루저’들이지요. 짝과 살기 위해 번듯하고 큼직한 조약돌 성까지 지어놨지만, 짝을 찾는 데는 실패합니다. 교미하기엔 뭔가 어설픈 녀석들이기 때문입니다.
루저 수컷의 집을 영악한 암컷이 방문합니다. 이내 짝짓기가 시작되지요. 관계가 끝난 후 근데 암컷의 모습이 어쩐지 수상합니다. 수컷의 성채에서 가장 빛나는 돌을 하나 가지고 슬그머니 빠져나왔기 때문입니다. 교미의 대가를 가져가듯이 말이지요.
수컷은 교미 후 자기 재산을 가지고 내빼버리는 암컷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나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습니다. 암컷은 옆 동네 원래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진짜 남편’인 수컷 파트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펭귄은 왜 돌 때문에 몸을 팔았나
그깟 돌이 대수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펭귄에게 돌은 인간의 돈만큼이나 중요한 재화입니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둥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돌로 만든 둥지일수록 봄철에 침수될 가능성이 작습니다. 그만큼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지요.
암컷과 수컷 모두 양질의 돌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된 이유입니다. 다른 놈의 큼직한 양질의 돌을 도둑질하기도 하지요. 우리 인간이 돈 때문에 싸우고 죽이듯이요.
교미를 대가로 돌을 가져가는 건 약과입니다. 어떤 암컷은 교미도 없이 돌을 훔쳐가기 때문입니다.
아주 영악한 암컷 아델리펭귄의 행동을 보시지요. 이 암컷 펭귄은 마치 짝짓기를 할 듯이 ‘싱글’ 펭귄에게 구애를 펼칩니다. 헤벌레한 수컷이 자신의 ‘그것’을 갖다 대기 직전, 암컷이 갑자기 구애를 멈춥니다.
그리고는 태연히 돌을 물고 사라지지요. 수컷은 ‘벙찐’(?) 표정을 짓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자신의 찐사랑일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지요. 어떤 암컷은 이런 순진한 수컷을 속여 한 시간 동안 62개의 돌을 가지고 간 것으로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꽃뱀 중의 꽃뱀이라고 해야 할까요.
1998년 연구결과를 발표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원 피오나 헌터는 “수컷으로서는 자신에게 찾아온 암컷이 미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에 공격적으로 돌을 방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습니다.
인간 뺨치는 침팬지...고기 한 덩이에 교미
우리 인간과 사촌 관계인 영장류에서도 동물 매춘의 모습이 발견됩니다(닮을 걸 닮아야지...).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에서 침팬지를 관찰한 결과였습니다. 연구진들은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 내 야생 침팬지 암컷이 수컷이 고기를 내밀자 교미를 허락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관찰했습니다. 두 침팬지는 전혀 알던 관계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매춘과 비슷한 양상이었지요.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점은 집단으로 사냥에 나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물인 고기를 나눠 먹음으로써 동지애를 다지지요. 더 나아가 침팬지 사회에서 일면식이 없는 암수 간 고기와 섹스의 교환이 일어납니다. 연구진들은 “수컷으로서는 자신이 가진 고기를 이용해 짝짓기 성공률을 높여 번식을 할 수 있고, 암컷은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는 ‘윈윈관계’였다”고 설명합니다.
또 더 사냥을 잘하는 침팬지들이 더 많은 암컷과 교미를 했다고 결론짓습니다. 고기-섹스 교환 가설(the meat-for-sex hypothesis)입니다. 수렵채집 사회, 우리 인간 세계에서도 더 나은 사냥꾼들 주위에 여자가 몰렸을 것이라는 추론을 내세웠습니다. 물론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진 않은 이야기입니다.
교환의 이득..인간만이 아는 개념 아니야
동물 매춘이 인간의 교육으로 발생하는 황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카푸친 원숭이’ 이야기입니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카푸친 원숭이 실험에 돌입합니다. 이들이 인간처럼 경제적 ‘교환’의 개념을 아는 지 실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작은 동전을 주고 이것을 던질 때마다 과일을 주었지요. 몇 개월이 지나자 이들은 명백히 이 동전이 과일과 교환되는 걸 인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컷 카푸친이 동전을 가지고 자기 무리로 돌아가는 모습이 목격됩니다. 암컷 앞에 서더니 주섬주섬 무엇을 꺼내 건넸지요. 바로 그 ‘동전’이었습니다. 암컷은 바로 교미 자세를 취하더니, 격정적인 사랑을 나눴습니다. 일을 마친 뒤 동전을 받고 유유히 사라졌지요.
화대를 받은 매춘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압권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암컷이 연구진에게 찾아와 동전을 던졌지요. 맛있는 과일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물의 매춘은 짐승의 부도덕만을 상징하진 않습니다. 교환의 가치를 알 정도로 고도의 지능을 가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세계는 어쩌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심오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줄요약>
ㅇ아델리펭귄은 둥지 용 돌멩이를 대가로 남편을 두고 다른 수컷과 관계한다. 동물 매춘이다.
ㅇ침팬지 역시 고기를 대가로 교미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학자들은 수렵채집 시기 인간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ㅇ동물 역시 교환의 가치를 아는 셈이다. (매춘이 좋다는 건 아닙니다. 추석에 죄송합니다.)
<참고문헌>
ㅇ키스 첸 외, 카푸친 원숭이의 거래행동 증거, 예일대학교.
ㅇ크리스티나 고메스 외, 야생 침팬지의 고기-섹스 교환, PLOS ONE, 2009년.
생명(生)의 색(色)을 다루는 콘텐츠 생색(生色)입니다. 동물, 식물을 비롯한 생명의 성을 주제로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지식을 전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마다 재미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매춘에서 '성행위'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일반적으로는 상대와의 신체 접촉을 수반해야 성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삽입 성교뿐만 아니라 비삽입 성교, 구강 성교 등이 모두 해당된다. 이러한 신체 접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성병 같은 질병이 전파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대한민국에서는 주로 매춘(賣春)이라 칭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해 성매매(性賣買)도 널리 쓰인다. 매춘에 종사하는 사람은 매춘부라고 하는데, 더 포괄적으로는 성노동자라고 하기도 한다.
불륜(不倫)은 대한민국 민법에서는 부정행위라고 하며, 살아있는 배우자나 중요타인이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파트너의 의사에 반하여 파트너 이외의 자와 간통 등의 성적 행위나 친밀관계를 맺는 일을 말한다.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성매매(性賣買) 또는 윤락(淪落, 문화어: 륜락)이란 돈을 주고 받기로 하는 성관계나 이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일을 말한다. 성매매를 할 때 성 구매자는 대가를 주는 쪽을 일컫고, 성 판매자는 대가를 받는 쪽을 일컫는다. 성 판매자는 성 구매자의 성적 쾌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성 구매자에게 수동적으로 자신의 몸을 맡기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성 구매자의 성감대를 자극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